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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IL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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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ILEI, Desginer Interview

“나와 맞는 결로 살면 돼요. 모두 속도가 같을 필요 없잖아요, 다양함 속에서 내가 선택하면 되지.”

클래식하면서도 유니크한 매력이 엿보이는 바이레이는 오너 배희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일 테다.
잔잔한 일상 속에서 재미를 찾는 유쾌한 디자이너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패션잡화 브랜드 바이레이의 대표 배희입니다. 수공예 주문 제작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공장과 연계한 제작까지 준비 중이에요.
패션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패션디자이너를 꿈꿨어요. 옷을 진짜 좋아했거든요. 고등학생 땐 패션 관련 학원도 다녔고 자연스럽게 대학교도 의류학과로 들어갔어요. 졸업하고 남성복 브랜드에 취업해 셔츠쪽에서 디자인과 MD, 생산까지 다양한 업무를 봤어요. 1 년 넘게 일하면서 남성복에 대해 부족함을 느꼈고 디자인 자체도 더 많이 배우고 싶어 미국에 갔어요. 뉴욕 FIT 에서 남성복 코스 2 년 과정을 마치고 1 년 반 정도 일했습니다.
미국에서 일할 때도 디자인 업무를 봤나요?
첫 회사에서는 ‘테크니컬 디자인’이라고, 옷의 기술적인 부분을 맡는 팀에서 근무했어요. 디자이너가 옷을 디자인하면 구체적인 치수, 핏 등을 해결하고 옷이 만들어진 후엔 원래 디자인과 같은지 분석 후 수정을 거쳐 계획했던 대로 옷이 나올 수 있도록 하죠. 옷에 대해 전반적으로 많이 배웠던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그 일이 썩 맞진 않았어요. 반복적이고 기술적인 작업보다 디자인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조 프레쉬’라는 글로벌 브랜드의 남성 의류 팀 디자이너로 이직했어요. 디자인 팀에서 훨씬 더 즐겁게 일하다가 비자 문제로 한국에 들어왔어요.
의류를 재밌어했는데 가죽 잡화로 분야를 바꾼 이유가 궁금하네요.
원래 여성 브랜드를 준비했어요. 남성복의 똑똑 떨어지는 선을 접목한 여성복을 만들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어요. 자본금을 포함해 모든 것을 혼자 하려니까 힘에 부쳤죠. 그러다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지인이 매장에서 일하며 고객에게 샘플을 만들어 선보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월 매출이 5, 6 천을 맴돌 정도로 규모가 큰 매장이니 나쁘지 않겠다 싶어 수락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너무 바빠서 샘플을 거의 만들지 못했어요. 그래서 뭐라도 디자인적인 욕구를 충족하고자 취미로 가죽 공방 클래스에 등록했는데, 계시가 온 거예요. ‘아, 이거다. 이건 내가 혼자서 할 수 있겠다.’
가죽 공예 클래스를 들어보면서 이걸 해야겠다?
네, 옷은 사람마다 체형이 다 다르고 옷마다 실루엣이 다 다르기 때문에 변수가 많거든요. 그래서 전문가들이 여럿 필요하고 부피도 워낙 커서 사실은 혼자 하기 힘든 아이템이에요. 그에 비해 가죽 공예는 우선 제품 자체가 작고 패턴도 옷에 비해 심플해요. 만드는 과정 자체도 옷보다는 간략해 1 인 브랜드로 운영하기에 괜찮아 보였어요. 물론 재밌기도 했고. 게다가 옷과 형태는 달라도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같다고 생각해 가죽으로 무언가를 시작해보자고 결심했어요.
그게 바이레이죠?
맞아요, 처음에는 매장에서 계속 일하며 취미처럼 병행했어요. 친구들이 제가 만든 가죽 소품들을 보고 구매하고 싶다 해서 2 년 정도 지인 위주로 진행하다가 2020년 창신아지트에 들어온 즈음부터 여기에만 집중했습니다.
매장에서의 일이 원래 계획과 달라졌는데 불안하진 않았어요?
당시엔 가끔 ‘이게 맞나?’ 싶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좋은 옷을 원 없이 접해봤고 소비자와 최전선에서 만날 수 있었거든요. 디자인실에서 디자인할 때는 고객을 설득하기보다 그들이 설득당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는데, 막상 눈앞에서 소비자를 만나니까 그들이 어떤 점을 불편해하는지 확 느껴졌어요. 이래서 뭐든 버릴 경험이 없나 봐요.
그들의 니즈를 파악했군요.
그렇죠. 소비자들의 니즈가 피부로 와닿았고 현실적인 감각을 깨쳤던 시간이었어요. 과거엔 디자인팀에서 모델의 체형만 접해봤다면, 매장에서는 다양한 체형을 보고 또 각각에 맞는 스타일링까지 제안하면서 전반적으로 사람에 관해 연구할 수 있었죠. 모두 바이레이를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정보에요.
바이레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바이레이는 가방부터 소품까지 가죽을 활용한 제품을 소개하는 브랜드로, 각자의 속도와 온도를 유지하며 사는 이들이 타깃입니다. Timeless 한 디자인을 통해 바이레이의 제품과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깊은 의미가 담겼네요.
한국에서 패션 회사에 다니며 느낀 게 저는 트렌드가 빠른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20 대에 스스로 정의했던 패션은 빠르고 트렌디하고 감각적이어서, 제 성향과 맞지 않는 분야 같았어요. 그래서 내가 과연 이 시장에 계속 있을 수 있을지 혼란스러웠죠.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내린 답은 ‘정답이 하나는 아니다’. 특히 미국에서 수많은 인구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며 생각이 정리됐어요. 빠르게 가는 사람이 있으면 느리게 가는 이가 있고, 내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나아갈 수 있다는 게 큰 충격이었어요. 한국에서는 정해진 틀 속에서 이걸 해야 하고 지금 뭘 해야 하고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거든요. 그런데 열심히 사는 건 다 똑같은데 속도가 다를 수 있고 그 과정을 즐기며 자기 방식대로 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거죠. 그렇게 나의 성향에 맞게 정의한 패션을 바이레이에 잘 녹여내 봤습니다.
1인 기업으로 모든 업무를 보는 게 힘들지 않았나요?
디자인해서 만드는 것까지는 재밌는데 그다음이 무척 어려웠어요.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제품을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홈페이지에 올리는 게 기본이에요. 그런데 여기까지도 힘에 부친 거예요. 일단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들기 때문에 제작 기간이 길어요. 대부분 하루의 80%는 만드는 데 시간을 썼어요. 제품의 상세 페이지에 올라가는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것도 처음이다 보니 어렵고 오래 걸렸죠. 그리고 다른 사람에겐 최소한이지만 제겐 최대한의 마케팅인 인스타그램 1 일 1 포스팅, 이것도 마찬가지로 쉽지 않았어요. 원래 사진을 안 찍는 사람인데(웃음)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나름대로 시도를 했군요.
네, 나름 1 일 1 포스팅을 위해서 사진도 따로 배우고… 하지만 결정적인 시도는 창신이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손을 잡은 거죠. 2020 년에 창신아지트의 제안으로 무인양품과 협업한 마켓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이때 무인양품 매니저님과 알게 되어 거기서 클래스도 진행했고요. 고객들과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계기는 창신아지트를 통해서였어요.
바이레이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요.
저의 단기 목표는 일본의 ‘츠타야’ 서점에 제 북마크를 선보이는 거예요. 지금 바이레이에서 북마크가 제일 잘 나가는데, 츠타야처럼 자기 감성을 보유한 서점에 제 북마크를 수출하고 싶어요. 미국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게 한국에서 자리 잡으려면 오히려 해외로 나갔다가 역수출하는 게 인지도를 높이는 데 더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미국 시장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니 해외 시장이 더 수월해 보였고요. 그래서 항상 마음속으로는 해외 진출을 꿈꿔왔는데 마침 올해 수출입 관련 지원 사업에 선정됐거든요. 그래서 실현 가능성이 커졌어요.
잘됐네요! 이제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겠는데요.
빨리 이루어져야 할 텐데(웃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일’을 한다는 건 큰 복이고 행운이에요. 대신 ‘내 것’을 할 때는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요. 어느 정도 쌓이기 전까진 배고픈 시기이고 그 기간을 버텨내야 하는데, 한국 기준에서 봤을 땐 그게 안정적이지 않거든요. 나이에 따라 해야 하는 인생 과업이랄까, 그런 게 한국에서는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힘듦 이상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다른 사람 눈에는 아니겠지만 회사원이었던 20 대의 저보다 지금의 제가 오히려 더 안정적이에요. 한 번 사는 인생이잖아요.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보는 걸 추천해요.
사회가 주는 그런 편견, 선입견에 함몰되지 말고 내 안의 메시지에 좀 더 집중해도 된다?
그렇죠. ‘주체적으로 살고 있지만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에 좀 쭈뼛쭈뼛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구현한 결과물을 볼 때면 타인의 시선이 전혀 개의치 않아져요. 제가 쌓은 경력이 결과물로 나올 때의 재미가 너무 재밌어요. 그렇게 내 것을 하다 보면 자존감도 높아져요. 저도 시키는 일 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수동적인 삶(웃음). 하지만 이런 삶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다들 한 번쯤은 내 것을 구상해서 결과물을 내는 경험을 해봤으면 해요.
designer

배희

바이레이는
각자의 속도와 온도를 유지하며
사는 삶을 추구합니다.

최상급 베지터블 가죽과 핸드크래프트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우리가 사는 방식에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바이레이의 제품들은 일상에 노출이 되고
손때가 묻어 멋스럽게 에이징되는 시간동안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어 갑니다.